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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졸업생 만남] 한민 (문화심리학자)
2025.01.15 Views 94
‘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를 만나다
: 심리학 박사졸업 '한민' 박사님과의 대화

한민 (문화심리학자)
‘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를 만나다
한민 박사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학계와 대중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해온 심리학자이다.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미국 Clark 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왔다.
그의 강의는 역사, 철학, 인류학, 사회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아우르며, 일상 속 사례를 바탕으로 심리학의 본질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러한 탁월한 강의력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상위 5% 교수에게만 수여되는 석탑강의상을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우수 교수자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에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N 《어쩌다 어른》,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등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며 대중과 심리학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개저씨 심리학』,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등이 있으며, 다수의 심리학 교재를 집필했다. 현재 그는 유튜브 채널 *《5분심리학》*을 운영하며 심리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한민 박사 공식 유튜브 채널 ‘5분 심리학’ 바로가기 링크: https://www.youtube.com/@5%EB%B6%84%EC%8B%AC%EB%A6%AC%ED%95%99
1. 문화심리학: 새로운 길을 향한 도전으로의 도전
Q. 심리학을 선택하시고 동일한 전공을 이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심리학이 제게 딱 맞는 학문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사회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당시 인문학 분야가 어렵다는 말에 주변의 권유로 심리학과에 진학했죠. 학부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석사 진학을 앞두고 문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전공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전공은 역사적 배경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이 강했는데, 저에게는 그 주제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님과 상의 후 문화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생 전공이었지만, 오히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죠.
Q.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A. 저는 주로 마음이 동하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유행하거나 학계에서 인정받기 쉬운 주제보다는, 제가 흥미를 느끼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문화심리학이 당시 신생 전공이었던 만큼 모두가 개척자의 자세로 연구를 진행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새로운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 항상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기존 이론과 다른 경우 비판도 많았고, 연구 주제가 지나치게 특정적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하고 싶은 주제에 집중한 덕분에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Q. 한중일 비교 연구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가 있나요?
A. 심리학에서는 동서양 비교가 주된 흐름입니다. 대부분 미국을 대표로 서양과 아시아를 집단주의 문화로 묶어 비교하곤 하죠. 하지만 아시아 내부에도 분명히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를 간과하는 기존 연구들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차이가 큰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이나 콘텐츠를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면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차이를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답답함과 동시에 연구 동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함께 연구했던 선배님 중 한 분이 일본 출신이셨는데,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도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실감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제대로 조명하는 연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선행 연구가 부족한 탓에 비판도 많았지만, 아시아 내부의 차이를 심리학적으로 탐구하는 일에 큰 가치를 느껴 연구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2. 연구와 성장: 어려움을 극복하며 얻은 배움
Q. 대학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대학원 초반에는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많이 어려웠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사학과 수업을 많이 들으며 심리학 전공을 깊이 파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죠.
석사 과정에서는 통계로 논문을 써야 한다는 점이 큰 벽이었습니다. 제가 관심 있던 주제는 통계로 풀어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할 만한 주제를 찾느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학문에서 요구하는 방법론을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을 들였습니다.
박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심리학 학위 과정에서는 정해진 방법론과 형식을 충족해야만 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심리학 학위는 방법론을 알고 쓸 수 있는 자격증 같은 것"이라는 말씀을 하셔서, 이를 받아들이고 방법론 공부에만 1년을 투자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리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런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며 연구를 이어나갔습니다.
Q. 비교적 생소한 분야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당연히 어렵습니다. 새로운 전공이나 생소한 분야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 분야인가요?"라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를 알릴 때 중요한 점은, 이 분야가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설득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건 이런 분야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현실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왜 이 분야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설득의 빌드업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나 삶의 의미를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 분야가 학교에서도 자리 잡기 어렵고 금전적으로도 큰 이득이 없더라도,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 그게 그런 이유였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 차이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발굴해 스토리텔링 형태로 전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학술적 개념보다는 사례와 현상에서 시작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려움을 극복하며 얻게 된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인가요?
A. 심리학의 정체성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고,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연구를 심리학적 틀 안에서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학문적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공부하며 학위를 마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리학적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익혔고, 이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3. 학문적 성과, 사회적 역할
Q. 연구하시면서 제일 효용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A. 제가 연구했던 주제 중 한국과 일본, 혹은 한중일 비교가 많았는데요. 기존 심리학은 동서양 비교에 초점을 맞추고 아시아 내부의 차이는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저희 연구실에서 박사 선배님이 개발한 새로운 개념과 척도를 활용해 제가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해 봤습니다. 예상대로 특정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존 연구를 답습하는 것과는 달리, 저만의 연구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를 실감했습니다.
다만, 새롭고 실험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이를 인정받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존 연구에 비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가 까다로웠지만, 스스로의 연구에 대한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극복해 나갔습니다.
Q.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심리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현대인의 가장 큰 심리적 문제는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불안의 주요 원인은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기후 위기나 경제적 변화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개인주의의 확산입니다.
과거에는 집단의 틀 안에서 역할이 명확했지만, 이제는 개인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합니다. 선택에 대한 부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불안을 더 크게 만듭니다.
결국, 자유가 커진 만큼 책임도 커지는 시대가 현대 사회의 특징이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 커리어에서 대학원이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A. 현실적으로 학위는 강의나 전문 분야에서 활동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위에 따라 강의료나 전문가로서의 신뢰도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같은 분야에서 일해도 학위가 없으면 기회를 제한받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학위의 진정한 가치는 그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태도와 자세를 배우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자신의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익히는 수련 과정입니다. 논문을 찾고, 레퍼런스를 정리하며, 학회를 준비하는 등의 실무 경험을 통해 학문적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경험은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자세를 갖추는 데 큰 기반이 되었고, 이를 통해 현재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후배들에게 대학원 과정이나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A. 석사와 박사 과정을 통해 전공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 당연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스킬에 대한 수련 과정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본인의 전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학문적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유학파나 더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려면, 전공 외에 다른 관심사를 접목시켜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손명진 (교육학 석사과정)

한민 (문화심리학자)
‘멸종위기 1급 토종 문화심리학자’ 한민 박사를 만나다
한민 박사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에서 문화 및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학계와 대중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해온 심리학자이다. 고려대학교 행동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미국 Clark 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 서울대학교 행복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왔다.
그의 강의는 역사, 철학, 인류학, 사회학, 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아우르며, 일상 속 사례를 바탕으로 심리학의 본질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러한 탁월한 강의력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상위 5% 교수에게만 수여되는 석탑강의상을 비롯해 여러 대학에서 우수 교수자로 선정된 바 있다.
최근에는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tvN 《어쩌다 어른》, 유튜브 채널 《사피엔스 스튜디오》, 《삼프로TV_경제의신과함께》,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등 다양한 매체에 출연하며 대중과 심리학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저서로는 『문제적 캐릭터 심리 사전』,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 『우리가 지금 휘게를 몰라서 불행한가』, 『개저씨 심리학』, 『슈퍼맨은 왜 미국으로 갔을까』 등이 있으며, 다수의 심리학 교재를 집필했다. 현재 그는 유튜브 채널 *《5분심리학》*을 운영하며 심리학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한민 박사 공식 유튜브 채널 ‘5분 심리학’ 바로가기 링크: https://www.youtube.com/@5%EB%B6%84%EC%8B%AC%EB%A6%AC%ED%95%99
1. 문화심리학: 새로운 길을 향한 도전으로의 도전
Q. 심리학을 선택하시고 동일한 전공을 이어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처음에는 심리학이 제게 딱 맞는 학문은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사회학과에 가고 싶었지만, 당시 인문학 분야가 어렵다는 말에 주변의 권유로 심리학과에 진학했죠. 학부에서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석사 진학을 앞두고 문화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전공이 생긴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전공은 역사적 배경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측면이 강했는데, 저에게는 그 주제가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님과 상의 후 문화심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신생 전공이었지만, 오히려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죠.
Q. 연구 주제를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었나요?
A. 저는 주로 마음이 동하는 주제를 선택했습니다. 유행하거나 학계에서 인정받기 쉬운 주제보다는, 제가 흥미를 느끼고 연구하고 싶은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특히, 문화심리학이 당시 신생 전공이었던 만큼 모두가 개척자의 자세로 연구를 진행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새로운 분야를 연구한다는 것이 항상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기존 이론과 다른 경우 비판도 많았고, 연구 주제가 지나치게 특정적이라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하고 싶은 주제에 집중한 덕분에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는 데 큰 동력이 되었습니다.
Q. 한중일 비교 연구에 관심을 가지신 이유가 있나요?
A. 심리학에서는 동서양 비교가 주된 흐름입니다. 대부분 미국을 대표로 서양과 아시아를 집단주의 문화로 묶어 비교하곤 하죠. 하지만 아시아 내부에도 분명히 문화적 차이가 존재하는데, 이를 간과하는 기존 연구들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많은 면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차이가 큰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여행이나 콘텐츠를 통해 다른 문화를 접하면 "왜 저런 행동을 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잖아요. 이런 차이를 기존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답답함과 동시에 연구 동기가 생겼습니다.
제가 함께 연구했던 선배님 중 한 분이 일본 출신이셨는데,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도 두 나라의 문화적 차이를 실감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차이를 제대로 조명하는 연구가 많지 않았습니다.
선행 연구가 부족한 탓에 비판도 많았지만, 아시아 내부의 차이를 심리학적으로 탐구하는 일에 큰 가치를 느껴 연구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2. 연구와 성장: 어려움을 극복하며 얻은 배움
Q. 대학원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대학원 초반에는 심리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많이 어려웠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사학과 수업을 많이 들으며 심리학 전공을 깊이 파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쳤죠.
석사 과정에서는 통계로 논문을 써야 한다는 점이 큰 벽이었습니다. 제가 관심 있던 주제는 통계로 풀어내기 어려웠기 때문에, 연구를 진행할 만한 주제를 찾느라 고민이 많았습니다. 결국 학문에서 요구하는 방법론을 배우고 익히는 데 시간을 들였습니다.
박사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심리학 학위 과정에서는 정해진 방법론과 형식을 충족해야만 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심리학 학위는 방법론을 알고 쓸 수 있는 자격증 같은 것"이라는 말씀을 하셔서, 이를 받아들이고 방법론 공부에만 1년을 투자했던 기억이 납니다.
심리학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으려면 이런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며 연구를 이어나갔습니다.
Q. 비교적 생소한 분야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A. 당연히 어렵습니다. 새로운 전공이나 생소한 분야는 사람들이 "이게 무슨 분야인가요?"라며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중에게 생소한 분야를 알릴 때 중요한 점은, 이 분야가 왜 필요한지를 명확히 설득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건 이런 분야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현실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왜 이 분야가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설득의 빌드업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나 삶의 의미를 기반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 분야가 학교에서도 자리 잡기 어렵고 금전적으로도 큰 이득이 없더라도, 문화 차이를 이해하고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계속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 그게 그런 이유였구나"라고 공감할 수 있도록, 문화 차이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발굴해 스토리텔링 형태로 전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대중적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학술적 개념보다는 사례와 현상에서 시작하는 접근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Q. 어려움을 극복하며 얻게 된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인가요?
A. 심리학의 정체성과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고, 제가 하고 싶은 모든 연구를 심리학적 틀 안에서 진행하기는 어렵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학문적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공부하며 학위를 마쳤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리학적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익혔고, 이를 통해 학문적 성과를 만들어 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3. 학문적 성과, 사회적 역할
Q. 연구하시면서 제일 효용을 느꼈던 부분이 있었을까요?
A. 제가 연구했던 주제 중 한국과 일본, 혹은 한중일 비교가 많았는데요. 기존 심리학은 동서양 비교에 초점을 맞추고 아시아 내부의 차이는 크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당시 저희 연구실에서 박사 선배님이 개발한 새로운 개념과 척도를 활용해 제가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해 봤습니다. 예상대로 특정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기존 연구를 답습하는 것과는 달리, 저만의 연구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를 실감했습니다.
다만, 새롭고 실험적인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이를 인정받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기존 연구에 비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평가가 까다로웠지만, 스스로의 연구에 대한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극복해 나갔습니다.
Q.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심리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현대인의 가장 큰 심리적 문제는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불안의 주요 원인은 불확실성에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기후 위기나 경제적 변화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로 가득 차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요인은 개인주의의 확산입니다.
과거에는 집단의 틀 안에서 역할이 명확했지만, 이제는 개인이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합니다. 선택에 대한 부담, 잘못된 선택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불안을 더 크게 만듭니다.
결국, 자유가 커진 만큼 책임도 커지는 시대가 현대 사회의 특징이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Q. 커리어에서 대학원이 어떤 의미로 남아 있나요?
A. 현실적으로 학위는 강의나 전문 분야에서 활동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학위에 따라 강의료나 전문가로서의 신뢰도가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같은 분야에서 일해도 학위가 없으면 기회를 제한받는 경우가 있죠.
하지만 학위의 진정한 가치는 그 과정에서 전문가로서의 태도와 자세를 배우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원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곳이 아니라, 연구를 통해 자신의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고 확장하는 방법을 익히는 수련 과정입니다. 논문을 찾고, 레퍼런스를 정리하며, 학회를 준비하는 등의 실무 경험을 통해 학문적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 경험은 전문가로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자세를 갖추는 데 큰 기반이 되었고, 이를 통해 현재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Q. 후배들에게 대학원 과정이나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엇일까요?
A. 석사와 박사 과정을 통해 전공이 점점 좁아지는 것이 당연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스킬에 대한 수련 과정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본인의 전공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학문적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는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유학파나 더 좋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만의 강점을 만들려면, 전공 외에 다른 관심사를 접목시켜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열린 마음으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의 강점을 찾아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 손명진 (교육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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