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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세탁기가 전력 피크 좌우한다” 가전별 맞춤형 수요반응 보상 설계
2026.06.05 Views 34
가전별 맞춤형 수요반응 보상 설계 "에어컨·세탁기가 전력 피크 좌우한다"

△ 2023년 8월 7일 실제 DR 발동일을 기준으로 보상 수준별 전력망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현행 보상 수준(1,500원/kWh)에서는 오후 5~8시 피크가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DR 종료 직후인 오후 9~10시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기존보다 더 높은 ‘2차 피크’가 뚜렷이 형성됐다.
모든 가전에 동일한 보상을 주는 현행 방식 대신, 가전별·시간대별로 차등화된 보상체계를 갖춰야 전력망이 안정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려대학교(총장 김동원) 에너지환경대학원 우종률 교수 연구팀이 가정용 ‘수요반응’ 제도를 보다 똑똑하게 설계할 방법을 제시했다.
*수요반응(DR, Demand Response): 소비자가 피크 시간대에 전기 사용을 줄이면 그만큼 보상을 지급해 전력망 부담을 더는 방식
태양광 발전으로 낮에는 전기가 풍부하게 만들어지지만, 해가 지는 오후 5~8시에는 발전량이 급격히 줄어든다. 그런데 이 시간대는 퇴근 후 가정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 시간과 겹친다. 생산량은 줄고 사용은 폭증하니 전력망에는 ‘저녁 피크’라는 큰 부담이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반응’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행 제도는 어떤 가전을 끄든 동일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가전마다 사용자가 느끼는 불편의 크기가 다르고, 사용이 미뤄지는 시간대도 제각각인데 이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효과적인 부하 분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팀은 전국 1,124가구를 대상으로 가정에서 흔히 쓰는 7개 가전제품(TV·세탁기·건조기·전기밥솥·식기세척기·에어컨·히터)에 대해 ‘저녁 피크 시간대(5~8시) 동안 사용을 미루는 대가로 얼마를 받고 싶은지’, ‘가전을 언제 다시 쓸 것인지’를 설문조사를 통해 분석했다.
그 결과 더위 및 추위와 직결되는 에어컨과 히터는 참여를 유도하려면 높은 보상이 필요했지만, TV와 전기밥솥은 비교적 적은 보상으로도 절반 이상의 가구가 참여 의향을 보였다. 식기세척기와 건조기 사용은 주말이나 다른 시간대로 쉽게 옮겼지만, 보급률이 30~40%대에 그쳐 전체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보급률(약 97%)과 소비전력(2,000~2,200W)이 모두 높은 에어컨과 세탁기는 가장 큰 부하 이동 효과를 만들어내는 핵심 가전으로 나타났다.
가전별 분석 결과를 실제 수요반응이 발동된 2023년 8월 7일 전국 전력 수요 데이터에 대입해, 보상 수준에 따른 전력망의 변화도 시뮬레이션 했다. 현행 보상 단가(1,500원/kWh)를 적용했을 때 저녁 피크는 약 9.3%(8,101MW) 감소했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오후 9~10시에 몰리면서 오히려 ‘2차 피크(기존 대비 +1,042MW)’가 생겨나는 풍선효과가 확인됐다.
반대로 보상을 500원/kWh로 낮추자 저녁 피크 감소 폭은 약 1.8%(1,605MW)로 작아졌지만, 미뤄진 사용량이 여러 시간대로 골고루 분산되면서 전력망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즉, 과도한 보상이 오히려 전력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제 가구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가전에,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보상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라는 정책 설계의 핵심 질문에 실증적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줄어든 사용량이 옮겨가는 이동 경로를 추적해 수요반응 제도가 의도치 않게 새로운 피크를 만들어내는 사각지대를 처음으로 정량적으로 밝혀냈다.
우종률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빠르게 커질수록 전력망의 변동성도 함께 커진다”며 “가전 특성과 가구 유형, 시간대별 계통 상황에 맞춘 맞춤형 인센티브 설계가 탄소중립 시대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 연구 성과는 에너지·환경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Utilities Policy(SCIE&SSCI)’ 온라인에 5월 18일 게재됐다.
*논문명: Shifting behavior, shaping grids: Appliance-level insights for targeted residential demand response
*DOI: 10.1016/j.jup.2026.102233
*URL: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957178726000925
이번 연구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재원으로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과제번호: RS-2025-02213130).
한편, 우종률 교수 연구팀은 한국형 에너지시스템 모델인 ‘PyPSA-Korea’ 개발을 통한 탄소중립 전략 도출, 제주도 출력제어 최소화를 위한 ESS 도입 최적화, 전기차 V2G(차량-전력망 연계) 잠재력 분석, 에너지 인프라의 사회적 수용성 연구 등 전력·수송·산업 부문 전반에서 탄소중립 혁신기술의 기술-경제-정책 융합 연구를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자세한 활동은 홈페이지(energyinnovation.korea.ac.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연구진 사진]

△ (왼쪽부터) 고려대 에너지환경대학원 양예하 박사과정(제1저자), 손우진 박사과정(제2저자), 우종률 교수(교신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