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소식
정상민 석박사통합과정생, 환경오염 해결할 수 있는 분자 줄다리기 Angewandte Chemie 게재
2021.09.13 Views 569
환경오염 해결할 수 있는 분자 줄다리기 발견
윤효재 교수팀, 열반응 없이 힘에 의해서만 분해되는 고분자 개발
세계적 권위 학술지 ‘독일화학회지’ 논문 게재돼
▲ 윤효재 교수(왼쪽, 교신저자)와 정상민 석박사통합과정생(오른쪽, 제1저자)
이과대학 화학과 윤효재 교수팀은 기계적 힘을 가하면 분해되지만 열적 안정성은 우수한 새로운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독일 화학회지, Angewandte Chemie (IF = 15.336)지에 9월 9일(독일 현지시간 기준, 한국시간 9월 10일) 실렸다.
- 저자 : 정상민 (고려대학교, 제1저자), 윤효재 (고려대학교, 교신저자) 총 2명
- 논문명 : Mechanical Force for the Transformation of Aziridine into Imine
- 논문게재지: Angewandte Chemie
(2021년 9월 9일 online published; 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anie.202109358)
석유화학의 발전과 함께 합성 고분자를 이용한 소재들은 인류에게 편리한 삶을 영위하게 해주었다. 의류를 구성하는 합성 섬유, 일회용 용기를 만들 때 쓰는 플라스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기술 개발과 함께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향상되고 다양한 기능들이 부가된 고분자 소재들이 개발됐고, 이들은 오늘날 다양한 제품들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합성 고분자의 편리함 이면에는 사회적, 환경적 문제가 존재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PET 플라스틱병 폐기물을 땅에 매립할 경우 분해에 450년이 걸린다고 한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빨대로 인해 해양 생물들이 죽게 된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합성 고분자 사용의 편리함 이면에 존재하는 문제를 일깨워주었다. 제품 사용 후 버려지는 합성 고분자들 대부분은 잘게 쪼개져서 미세플라스틱을 만들지만 완전히 분해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에 깊이 침투하여 먹이사슬에 따라 인간에게 해를 가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 사람이 1주일 동안 신용카드 1장 정도 무게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분해될 수 있는 고분자, 혹은 사용 후 회수할 수 있는 고분자 신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생분해성 고분자, 고분자를 분해할 수 있는 효소 개발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윤효재 교수팀은 기계적인 힘(mechanical force)에 의해 분해될 수 있는 새로운 고분자 소재를 개발했다. 대부분 고분자들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 탄소-탄소 공유결합에 기반하기 때문에 고분자를 잡아당겨도 쉽게 결합이 끊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강한 공유결합을 끊고 고분자를 완전히 분해하기 위해서는 높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화학반응 등이 필요하며 이는 추가적인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윤효재 교수팀은 탄소-탄소 결합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 여분 에너지의 고리 스트레인(ring strain)을 가지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을 택했다. 즉, 그림 1에서 보이듯, 질소 원자로 이루어진 가장 작은 헤테로고리화합물인 아지리딘(aziridine)을 고분자 소재에 도입했다. 특히 프탈이미도(phthalimido) 작용기를 질소 원자의 치환기로 도입할 경우 아지리딘을 내포하는 고분자가 기계적인 힘에 반응하여 개환반응이 일어나고 동시에 이민(imine) 구조로 변화됨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 이는 마치 고분자의 몸통 역할을 하는 ‘주쇄’를 양쪽에서 줄다리기 하듯이 잡아당겨 분자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이민 구조는 질소 원자와 탄소 원자가 이중 결합을 이루고 있어 단단해보이지만 수분이 존재하면 쉽게 가수분해를 겪는 것으로 잘 알려진 화학 작용기이다. 실제로 아지리딘을 내포하는 고분자에 기계적 힘을 가한 후 수분에 노출 시 상온, 상압에서 쉽게 결합이 끊어지며 분해됨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또다른 놀라운 연구 결과는 이러한 기계적 힘에 감응하는 고분자 물질이 열(heat)에는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의 기계적 힘에 감응하는 소재들은 대개 열에도 동시에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열에 원치 않게 반응할 수 있어서 실제 응용에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새로운 고분자 분해 방법이 다양한 소재에서 실제 구현 가능함을 확인하기 위해 합성고무로 널리 쓰이는 폴리부타다이엔(Polybutadiene)에 새로 개발된 기계적 힘에 의한 반응을 시도했다. 그림 2에서처럼, 고분자 내 이중결합에 프탈이미도 아지리딘을 도입한 고분자에 기계적 힘을 가하고 물을 소량 처리했다. 그 결과 앞선 실험 결과와 마찬가지로 고분자가 분해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생활에 다양한 이중 결합 기반의 고분자 소재들이 쓰이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연구 결과는 친환경 고분자 분해 기술로써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분해를 통해 고분자 말단에 생성되는 기능성 작용기를 활용하여 신소재 개발도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개인기초연구사업, 중점연구소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그 림 설 명 ]
[그림 1] 아지리딘을 내포하는 고분자의 구조 및 기계적 힘에 의한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개략적인 그림. 개발된 고분자는 기계적 힘에 의해 이민(imine)을 형성하고 이민은 물에 의해 쉽게 가수분해 되어 아민(amine)과 알데하이드(aldehyde)로 분해된다. 반면에 외부 열에는 높은 안정성을 보인다.
[그림 2] 본 연구를 통해 개발된 기술을 통해 분해되는 고분자 예시. 폴리부타다이엔(polybutadiene) 고분자에 아지리딘을 도입한 후 기계적 힘을 가해 분해시킨다.
[ 용 어 설 명 ]
고분자(polymer): 분자량이 낮은 단위체(monomer)가 공유결합으로 수없이 많이 연결되어 형성하는 높은 분자량의 분자를 통칭함. 플라스틱, 고무, 섬유 등이 합성 고분자로 이루어져 있음.
아지리딘(aziridine): 질소 원자 하나를 포함하는 삼각고리 유기화합물.
이민(imine): 탄소-질소 이중 결합을 포함하는 작용기 또는 화합물.
아민(amine): 질소 원자에 비공유전자쌍을 가진 유기 화합물과 작용기. 암모니아의 유도체이기도 함.
알데하이드(aldehyde): 카로보닐(C=O) 작용기에 수소 원자가 결합된 작용기 및 화합물.
폴리부타다이엔(polybutadiene): 탄소-탄소 이중결합을 내포하는 고분자. 합성 탄성체(elastomer) 혹은 고무를 이루는 주요 물질임. 천연 고무인 폴리이소프렌(polyisoprene)과 비슷한 화학 구조
커뮤니케이션팀 서민경(smk920@korea.ac.kr)